얼레지의 뿌리줄기에서 얻는 흰색의 녹말인 얼레짓가루는 녹말소스를 얹은 요리를 걸쭉하게 만들 때 쓰인다. 여기에는 어떤 원리가 숨어 있을까?


 얼레짓가루는 칡가루, 옥수수녹말 등과 마찬가지로 녹말의 한 종류이다. 녹말은 크게 수백 개의 포도당이 균일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과 하나의 주된 줄기에서 갈라져 나와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구별된다. 후자의 녹말이 다량 함유된 얼레짓가루는 물과 함께 가열하면 몇 겹의 망이 겹쳐진 것 같은 상태가 되어 물을 머금은 덩어리가 생기게 된다. 이것이 녹말소스 요리가 걸쭉한 이유이다.


응어리가 생기지 않도록 깔끔하게 소스를 만드는 요령

 뜨거운 국물 속에 갑자기 얼레짓가루를 넣으면 입자의 표면이 급격히 변하면서 서로 달라붙어 가루의 덩어리 속으로 수분이 파고들지 못하게 된다. 이것이 응어리가 진 상태이다. 또 차가운 국물에 얼레짓가루를 넣어 열을 가하게 되면 따뜻해지는 동안 가루가 가라앉아 밑바닥 부분만 질척해져 버린다.

 그러면 고른 소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서로 연결된 포도당의 가지가 깔끔하게 풀어지려면 풀어지기 위한 충분한 공간과 열, 수분이 필요하다. 때문에 얼레짓가루의 입자를 최대한 물속에 분산시켜 가열해야 한다. 또한 얼레짓가루는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뒤섞어주지 않으면 바닥에 가라앉고 만다. 따라서 계속 저어주면서 가열해야 한다.


목적에 맞게 구분해서 사용한다

 녹말은 국물을 걸쭉하게 만들어줄 뿐 아니라, 조미료를 고루 섞이게 한다. 또한 부드러운 맛과 윤기를 내는 한편, 음식이 식는 것을 늦추어 주는 구실도 한다.

 녹말은 원료에 따라 얼레짓가루, 칡가루, 옥수수녹말 등으로 나눈다. 얼레짓가루는 응어리 없이 깔끔하고 걸쭉한 소스를 만들지만 식으면 묽어지기 때문에 식은 후에도 걸쭉한 소스를 원한다면 끈기가 강한 옥수수녹말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