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혜의 단맛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엿기름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마도 엿기름의 비율이 단맛을 결정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면 왜 굳이 밥을 재료로 음료수를 만들까? 식혜의 제작과정을 살펴보면서 맛있는 단맛의 비밀을 살펴보자.


식혜 만드는 법

 우선 껍질째 빻은 엿기름가루를 고운 체로 거른 뒤에 따뜻한 물을 부어 3시간가량 방치한다. 엿기름이란 맥아, 즉 보리의 한 종류인 겉보리의 낱알을 발아시켜 건조시킨 뒤 분말로 만든 것이다. 이 속에는 아밀라아제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3시간쯤 지나면 침전물과 분리된 맑은 물이 위로 떠오른다.

 그리고 평소보다 물을 적게 넣고 밥을 지어 뜨거운 상태로 사기 항아리에 담아 엿기름의 맑은 물만을 가만히 떠서 붓는다. 4~5시간이 지나면 밥알이 삭으면서 위로 떠오른다. 이 밥알들을 건져 찬물에 헹군 뒤 다른 그릇에 담고 나머지 식혜물에 설탕과 생강을 넣고 끓이면 된다. 

 마실 때는 차갑게 식힌 식혜에 밥알을 띄우고 생강, 유자 등을 넣어 맛과 모양을 내기도 한다.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과정은 엿기름 용액과 밥이 만나는 중간과정이다. 정확히 말하면 아밀라아제와 탄수화물이 만나는 과정이다. 엿기름에 함유된 아밀라아제라는 효소가 밥알의 탄수화물을 분해하면서 당분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식혜의 단맛은 바로 여기서 결정된다.

 아밀라아제는 효소, 즉 단백질이기 때문에 온도나 수소이온농도 등 환경요인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특히 특정한 온도범위까지는 온도의 증가와 함께 화학반응 속도가 커지므로 효소의 촉매작용도 커지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게 되면 단백질의 분자구조가 변형을 일으켜 효소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리게 된다. 아밀라아제는 60~70℃ 사이에서 활발히 작용하므로 식혜를 만들 때에는 이 정도의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