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조건
지구 위의 생명체 중 가공 조리과정을 거쳐 음식물을 섭취하는 유일한 존재가 인간이다. 주부들은 잘 알겠지만 이 과정은 꽤나 번거로운 작업이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조리과정 이전의 '가공'과정은 특히 그렇다. 이 번거로운 가공과 조리과정은 꼭 필요할까?
거의 모든 요리에 빠지지 않는 조리과정이 바로 식품에 열을 가하는 가열의 과정이다. 가열로 식품의 영양소가 일부 파괴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가열이 가져다주는 효과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가령 일부 영양소와 함께 단백질 성분의 독소가 제거되기도 한다.
인간이 오랜 세월동안 번거로운 가열조리과정을 이어온 이유는 그것이 음식물의 소화와 흡수에 유리하기 때문이며, 영양소의 체내 이용율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녹말입자는 매우 단단한 결정형이지만, 물과 섞어 가열하면 수분을 흡수하면서 느슨해진다. 쌀이나 밀가루를 물과 섞어 60℃ 정도로 가열하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식으로 호화된 녹말입자는 소화효소의 침투가 용이해지며 결과적으로 소화율이 높아지게 된다.
가열조리는 단백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단백질은 트립신이라는 단백질 분해효소의 작용에 의해 소화된다. 그런데 콩에는 트립신의 활동을 방해하는 특정한 단백질이 들어있어 콩을 날로 먹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콩을 가열할 경우 이 단백질 성분이 변성된다. 결국 트립신이 활성화되어 소화효소의 침입이 용이해지는 것이다.
조리는 인간만의 인공적인 행위이지만 인간의 몸에 썩 잘 어울리는 행위임을 기억하자.
자연식이 꼭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소화 흡수율이 낮은 사람에게는 생식이 오히려 소화기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만일 특정 식품의 영양소를 오롯이 섭취하고자 한다면 무리하게 생식에 집착하기 보다는 영양소의 파괴를 최소화하는 특별한 조리법을 통해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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